새벽 2시, 조용한 주차장에서 테슬라는 깜빡이를 켜고 스르륵 움직인다. 사람은 없다. 누가 운전하냐고? FSD다. 풀 셀프 드라이빙. 그 이름처럼, 전혀 손대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이는 자동차. 낯설면서도 익숙한 이 장면이, 바로 테슬라가 꿈꾸는 미래다.
하지만 FSD는 단순히 ‘기능’이 아니다. 자율주행이란 단어 하나로 묶기에는, 그 안에 담긴 감정, 기술, 전략이 너무 많다.
자동차의 진화는 속도나 출력이 아니라 ‘주행 경험’의 변화다. 그리고 그 중심에 FSD가 있다.
FSD는 구독이다. 비즈니스다. 정서적 동반자다?
테슬라는 FSD를 일회성 기술이 아닌 구독형 비즈니스 모델로 바꿨다. 현재 미국 기준, 월 199달러. 일시불로 구매하면 약 $12,000. 그리 저렴하지 않다. 그런데도 수요는 꾸준하다. 왜일까?
사람들은 운전이 싫다. 특히 막히는 도로, 반복되는 코스, 피곤한 출퇴근. FSD는 이 모든 피로를 ‘기술’이 대신해주는 셈이다. 기능이 아니라, 공감이다. 그래서 그 비싼 구독료를 내고도 만족하는 사용자가 많다. ‘내가 아니어도 되는 순간’을 만들어준다는 건, 생각보다 큰 가치다.
그리고 이 구독료는 테슬라의 수익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FSD는 단순한 편의 기능을 넘어, 장기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어내는 자산이다. 구독경제의 핵심은 반복성과 예측 가능성인데, 테슬라는 그 구조를 차량에 이식한 셈이다.
도로 위의 데이터 농장
수십만 대의 테슬라 차량이 도로를 달리며 매일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한다. 정지선에서의 반응 시간, 보행자의 움직임, 신호등의 점등 주기. 이것들이 모여 거대한 학습 네트워크를 구성한다.
이 데이터들은 FSD의 성능 향상의 원천이다. 테슬라는 OTA(Over The Air) 업데이트를 통해 기능을 계속 개선한다. 즉, 차량은 계속 ‘진화’한다. 이건 마치 우리가 매달 업데이트되는 스마트폰 앱과 비슷하다. 차량이 앱이 되는 세상. FSD는 그 상징적인 포인트다.
로보택시 – 테슬라가 꿈꾸는 교통 혁명
FSD의 최종 목적은 로보택시다. 운전자 없이 도로를 달리는 자율주행 차량이 호출 앱을 통해 사용자를 태우고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미래. SF가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이다.
테슬라는 향후 차량 1대당 연 수천만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예상한다. 차량이 쉬지 않고 운영되기 때문. 누군가는 자고 있을 때, 그 차는 돈을 벌고 있다. 이게 테슬라가 말하는 ‘운송 서비스의 민주화’다.
법과 규제, 가장 큰 장애물
물론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달리기 위해선 법적 기준이 정립돼야 한다. 각국 정부의 교통 규제, 보험 문제,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생각보다 복잡한 퍼즐이다.
테슬라는 이 벽을 넘기 위해 자사 보험 시스템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실시간 운전 데이터를 활용해 보험료를 책정하고, 위험도를 사전에 예측한다. 이런 방식은 규제기관에 ‘우리는 준비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이기도 하다.
감성은 데이터를 넘는다
완전자율주행은 결국 ‘신뢰’의 문제다. 기술이 아무리 완벽해도, 사용자가 그걸 믿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테슬라는 기능 이상의 감정적 가치를 설계하고 있다.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는 순간의 두려움. 그걸 덜어주는 건 숫자가 아니라 경험이다. 반복적으로, 안정적으로, 조용히 잘 작동하면 신뢰는 쌓인다. 신뢰가 쌓이면 기술은 일상이 된다.
결론 – FSD는 기술 이전에 ‘철학’이다
테슬라 FSD 상용화 전략의 핵심은 기술 자체보다 ‘기술을 통해 무엇을 가능하게 할 것인가’에 있다. 구독형 수익 모델, 로보택시로 확장되는 모빌리티 플랫폼, 사용자 신뢰를 쌓는 감성적 설계.
FSD는 하나의 기능이 아니다. 그것은 이동의 새로운 방식이며, 테슬라가 만들어가는 라이프스타일의 일부다.
다음에 차를 살 땐, '스스로 움직이는가?'를 기준으로 삼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