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듣는 사람은 도장(道場) 얘긴가 싶을 겁니다. 근데 이건 무술 수련장이 아니라 AI 수련장. 이름이 “Dojo”예요. 테슬라가 만든 인공지능 훈련용 슈퍼컴퓨터입니다. 뭔가 무공을 익히는 듯한 이름이지만, 실상은 데이터를 무섭게 학습하는 괴물이에요.
그리고 이 괴물의 심장부에는 테슬라 자체 설계 AI 칩이 들어가 있습니다. CPU도 아니고, GPU도 아니고, 테슬라가 직접 만든 D1이라는 AI 칩. 왜 만들었을까요? 그래픽 카드 써도 되잖아요? 안 됩니다. 테슬라는 ‘도로 위 현실’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학습해야 하거든요. 그 수준은 기존 칩으로 감당이 안 돼요.
테슬라는 왜 AI 칩을 직접 만들었을까?
기존의 AI 훈련 시스템은 주로 GPU에 의존합니다. NVIDIA의 A100 같은 하이엔드 칩이 그 예죠. 그런데 문제는 비용, 전력, 확장성. 테슬라는 수십억 개의 영상 데이터를 하루 단위로 처리해야 하고, 이걸 전 세계 차량의 FSD(Full Self-Driving) 개선에 반영해야 하죠.
그래서 테슬라는 아예 칩부터 새로 만들기로 합니다. AI 모델 학습에 최적화된 구조, 낮은 레이턴시, 높은 대역폭, 확장 가능한 아키텍처. 이게 바로 D1 칩입니다.
D1 칩 – 숫자와 구조만으로도 압도적인 존재
테슬라의 D1 칩은 7nm 공정으로 제작되며, 362TFLOPS 성능을 갖습니다. 50억 개 이상의 트랜지스터, 4TB/s 대역폭. 기존 GPU와는 다른 범주의 칩이죠.
D1 칩을 25개 묶어 하나의 ‘트레이닝 타일(training tile)’을 만들고, 이 타일을 수백 개 연결해 거대한 슈퍼컴퓨터 Dojo를 구성합니다. 유연하고, 확장성이 크며, 전력 효율성도 높습니다.
AI를 훈련하는 궁극의 무대 – 도조는 무엇을 배우나?
Dojo는 단순히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슈퍼컴퓨터가 아닙니다. 자율주행이라는 극한 상황을 학습하는 AI의 도장입니다. 테슬라는 도로에서 수집된 수많은 카메라 영상 데이터를 Dojo에 입력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모든 행동과 반응을 AI가 학습합니다.
보행자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경우, 복잡한 사거리에서의 판단, 우회전 신호 인식, 자전거와 나란히 달리는 상황까지. 인간이라면 직관으로 처리할 수 있는 복잡한 상황을 기계가 해석하도록 훈련하는 것이죠.
기존 슈퍼컴퓨터와 뭐가 다를까?
세계에는 이미 슈퍼컴퓨터가 많습니다. 일본의 후가쿠, 미국의 프론티어. 그런데 테슬라의 Dojo는 목적 자체가 달라요. 이건 범용 연산이 아니라, 자율주행 AI 훈련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동영상 기반의 센서 데이터 해석, 신경망 최적화, 실시간 학습 반영. 이게 Dojo의 핵심입니다. 고해상도 카메라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고, 차량 간 공유 가능한 형태로 정제하는 것이죠.
도조의 확장성 – 단 하나의 칩이 수천만 대 차량을 훈련시킨다
Dojo의 핵심은 확장성과 통합성입니다. 수천 대, 수만 대의 테슬라 차량이 도로 위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하루 만에 학습하고, 그 결과를 다시 OTA 업데이트로 차량에 반영합니다.
D1 칩이 고도로 병렬화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대규모 데이터 병렬 처리에 최적화되어 있고, 네트워크 지연도 최소화됐습니다. 그리고 테슬라는 이 모든 걸 자체 기술로 통제합니다. 외부 의존도 거의 없습니다.
테슬라 Dojo, 자동차 회사의 한계를 넘다
테슬라는 자동차 회사가 아닙니다. AI 칩을 만들고, 슈퍼컴퓨터를 운영하고, 자체 프레임워크를 구성합니다. 차량을 파는 게 아니라,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훈련하고, 이걸 사용자 경험으로 바꾸는 회사입니다.
Dojo는 이 모든 테슬라 철학의 총체입니다.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방향성입니다. ‘직접 만든 칩으로 직접 데이터를 훈련시키고, 직접 적용한다.’ 이건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입니다. 하지만 테슬라는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결론 – AI 시대의 경쟁력은 하드웨어에서 시작된다
테슬라의 Dojo 프로젝트는 단순한 슈퍼컴퓨터 개발이 아닙니다. 자율주행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한 인프라 투자이자, AI 시대에서 스스로 길을 내기 위한 핵심 전략입니다.
누가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 학습시키느냐. 그 답이 도조 안에 있습니다. 이젠 자동차의 미래는 실리콘 위에서 훈련됩니다. 그리고 그 훈련장은 도조, 그 칩은 D1, 그 주인공은… 테슬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