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80 배터리: 테슬라의 미래를 위한 선택
2020년 배터리 데이에서 테슬라는 4680 배터리를 공개하며 전기차 산업의 판도를 바꾸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직경 46mm, 높이 80mm의 이 원통형 리튬이온 셀은 기존 2170 셀(직경 21mm, 높이 70mm)보다 크고 강력합니다. 테슬라는 왜 이 배터리에 올인하고 있을까요? 답은 비용 절감, 성능 향상, 지속 가능성, 그리고 시장 리더십에 있습니다. 4680 셀은 모델 Y, 사이버트럭, 세미 트럭, 심지어 파워월과 메가팩에 적용되며, 테슬라의 비전인 2만 5천 달러 전기차와 로보택시를 실현하는 핵심입니다.
4680 vs. 2170: 기술적 혁신 비교
4680 셀은 2170 셀보다 약 5배 큰 에너지 저장 용량(셀당 98Wh vs. 18Wh)을 제공합니다. 에너지 밀도는 272~296Wh/kg으로, 2170의 260Wh/kg을 상회하며, 모델 Y의 주행 거리를 이론적으로 330마일(531km)에서 406마일(653km)로 늘릴 잠재력이 있습니다. 핵심은 탭리스(tabless) 디자인입니다. 2170 셀은 전극을 연결하는 탭으로 인해 전류 저항이 발생했지만, 4680은 전극 전체를 집전체로 사용해 저항을 줄이고 충전 속도를 최대 500kW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이는 2170 셀의 250kW 한계를 뛰어넘는 성과입니다.
건식 전극 공정의 차별점
4680 배터리의 또 다른 혁신은 건식 전극 공정(DBE)입니다. 2170 셀은 용매를 사용한 습식 공정으로 전극을 코팅, 건조하며 화학 폐기물을 발생시켰습니다. 반면, 4680의 건식 공정은 분말을 압축해 전극을 만들며 독성 용매를 제거하고 제조 라인을 100미터 단축했습니다. 테슬라는 2019년 맥스웰 테크놀로지스 인수로 이 기술을 확보했고, 2024년 7월 사이버트럭에 건식 음극과 양극을 적용한 프로토타입을 공개했습니다. 2170 셀은 이런 공정 혁신이 없어 생산 비용이 kWh당 약 20% 높습니다.
비용 절감: 테슬라의 생존 전략
테슬라는 4680 셀로 배터리 비용을 kWh당 5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2024년, 4680 셀은 75kWh 모델 Y 배터리 팩 비용을 1만 달러에서 8,600달러로 낮췄습니다. 반면, 2170 셀은 동일 팩에 약 1만 2천 달러가 소요됩니다. 구조적 배터리 팩 설계도 비용 절감의 열쇠입니다. 4680 셀은 차량 구조의 일부로 작용해 모듈 케이스를 제거, 공장 자본 지출을 50% 줄이고 GWh당 공장 크기를 66% 축소했습니다. 2170 셀은 전통적 모듈 설계로 이런 효율성을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이 비용 절감은 테슬라가 중국의 저가 전기차(BYD, 샤오미)와 경쟁하며 2만 5천 달러 차량을 출시하려는 이유입니다.
경쟁사와의 비교: CATL과 LG에너지솔루션
중국의 CATL은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사로, 셀-투-팩(CTP) 기술과 LFP(리튬철인산) 배터리로 테슬라를 압박합니다. CATL의 LFP 배터리는 kWh당 비용이 4680보다 약 10~15% 저렴하지만, 에너지 밀도는 200Wh/kg 이하로 낮습니다. CATL은 4680 같은 대형 원통형 셀 대신 각형 셀을 선호하며, 고체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CATL의 습식 공정은 환경적 부담이 크고, 4680의 건식 공정만큼 혁신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LGES)은 테슬라의 주요 파트너로, 2022년부터 4680 셀을 공급합니다. 2025년 3월, LG엔솔은 애리조나 공장이 2026년부터 연간 36GWh의 4680 셀을 생산하며 테슬라, 리비안, 메르세데스-벤츠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LG엔솔의 4680 셀은 테슬라의 건식 공정을 일부 채택했지만, 수율 문제로 초기 생산은 습식 공정에 의존했습니다. LG엔솔은 2024년 10월 메르세데스-벤츠와 50.5GWh 공급 계약을 체결, 4680의 시장 확대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LG엔솔의 4680은 테슬라의 자체 생산 셀보다 kWh당 비용이 약 5% 높습니다.
경쟁사의 한계
CATL과 LG엔솔 모두 4680 같은 대형 원통형 셀의 전기화학적 복잡성을 지적했습니다. CATL의 로빈 젱 회장은 4680의 열 관리와 생산 수율 문제를 비판하며 장기적 성공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LG엔솔은 애리조나 공장의 대량 생산을 앞두고 있지만, 건식 공정의 낮은 수율(2024년 기준 20~30%)은 테슬라와의 기술 격차를 보여줍니다. 반면, 테슬라의 기가팩토리 텍사스는 2025년 4월 기준 4680 셀 1억 개를 돌파, 하루 49만 5천 개를 생산하며 경쟁사를 앞섭니다.
지속 가능성과 환경적 가치
4680 배터리의 건식 공정은 독성 용매를 제거해 화학 폐기물을 줄이고, 유럽연합의 엄격한 배터리 규제를 충족할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2170 셀의 습식 공정은 폐수와 유독 물질을 발생시켜 환경 부담이 큽니다. CATL의 LFP 배터리는 희토류 사용이 적지만, 습식 공정으로 환경적 이점이 제한적입니다. LG엔솔은 4680 셀의 재활용 가능성을 강조하며 배터리 관리 솔루션(BMS)을 개발 중이지만, 재활용률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테슬라의 4680은 단순화된 설계로 재활용 효율을 높일 잠재력이 있지만, 초기 양극 손실률(70~80%)은 환경적 약속을 달성하기 위한 과제입니다.
시장 리더십과 미래 비전
4680 배터리는 테슬라의 시장 리더십을 유지하는 열쇠입니다. 2024년 테슬라의 차량 인도량은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4680 셀은 사이버트럭 월 2,000대 생산을 지원하며 회복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테슬라는 2026년까지 로보택시용 NC05 등 4가지 4680 변형을 출시할 계획이지만, 실리콘 음극이나 740Wh/L 에너지 밀도 목표의 상용화 시점은 미지수입니다. 반면, CATL은 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2030년으로 전망하며, LG엔솔은 북미 시장 확대에 집중합니다. 테슬라의 4680은 단기적으로 비용과 성능에서 우위를 점하지만, 장기적 성공은 수율과 기술 혁신에 달려 있습니다.
도전과 한계
4680 셀은 열 관리와 생산 수율에서 도전을 겪었습니다. 큰 셀 크기는 열 방출을 어렵게 해 초기 모델 Y의 충전 성능을 저하시켰습니다. 건식 양극 공정의 낮은 수율은 대량 생산의 걸림돌이며, 테슬라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R&D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경쟁사 대비 테슬라의 강점은 자체 생산과 건식 공정이지만, CATL의 저가 전략과 LG엔솔의 공급망 다변화는 위협입니다. 구체적인 4680 화학 성분이나 고체 배터리 수준의 성능 달성 여부는 아직 불확실합니다.
테슬라가 4680 배터리를 중시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2170 셀을 뛰어넘는 에너지 밀도, 건식 공은 비용 절감을, CATL과 LG엔솔을 압도하는 혁신은 시장 리더십을 지킵니다. 4680은 테슬라의 2만 5천 달러 전기차, 로보택시, 에너지 저장 비전을 실현하는 기반입니다. 하지만 생산 수율과 열 관리 문제는 테슬라의 야망을 시험대에 올렸습니다. 4680 배터리가 성공한다면, 전기차 산업의 미래는 테슬라의 손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